메타버스와 한류는 주류mainstream인가?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한류에 대한 다양한 조망을 위해 『한류-테크놀로지-문화』와 권역서 『한류, 다음』을
발간했다. 두 책은 우리 일상에 더욱 가까워진 ‘메타버스’와 ‘한류’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철하게 그 유행어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에 주목한다.
메타버스라는 버즈워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미래 세계의 정체성과 방향성 고민하기『한류-테크놀로지-문화』
□ ‘오래된 미래’ 포스트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화두
『한류-테크놀로지-문화』는 우선 누구나 들어봤지만, 누구도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메타버스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알기
쉽게 살펴봤다. 디지털화의 바람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것과 같이 ‘오래된 미래’인 메타버스의 시공간 확장이 텔레비전, 인터넷, 모바일
미디어와 어떻게 다른지를 질문함으로써 시공간 경험을 계보적으로 접근했다.
□ 메타버스와 플랫폼 산업의 새로운 경험과 한계, 그리고 대응
『한류-테크놀로지-문화』에서는 메타버스 개념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게임부터 영화, 방송, 케이팝, 미술관까지 각 분야에서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진단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메타버스로 대두되는 일련의 흐름이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가상과 현실의 중첩을
향해 변화해 가는 트렌드의 별칭이라 제시한다. 영화 부문에서는 이제 두 시간짜리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쓰기보다는 마치 공상과학(Sci-Fi)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마음으로 미래의 영화를 상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방송 부문에서는 <오징어 게임>으로 최대 화두가 된 넷플릭스를 조명했다. 이를 중심으로 OTT 한류를 위한 서사극이라는 게 무엇이며, 그에
따른 현지화 전략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봤다. OTT는 레거시 방송 채널과 달리 수용자의 의지에 따라 이용되고 소비된다. 한류 콘텐츠가 특정
장르에 국한된 제작 기지화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더욱 다양하고 보편적인 문화원형을 스스로 발굴해 서사적 전형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을
다뤘다.
이러한 OTT의 공세 속에서도 지상파는 작지만 다양한 디지털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지상파에서 디지털을 ‘잘 한다’라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대중음악 산업이 메타버스 시대로 빠르게 이행해가는 본질적인 이유와 그 과정에서 비롯될 다양한 문제점은 무엇인지도 짚어 봤다.
이른바 ‘메타버스와 케이팝의 현 주소’에 대한 탐구이다. 끝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미술관과 극장 그리고 스크린의 미래를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통해 확장하고, 그 표상을 제시했다.
□ 콘텐츠IP의 시대, 쟁점과 전망
콘텐츠 문화산업 종사자라면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콘텐츠산업 수익모델은 지적재산권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류-테크놀로지-문화』2부에서는 한류 콘텐츠의 저작권 분쟁 가능성과 쟁점을 논의한다. 콘텐츠IP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슈퍼IP는 무엇을 뜻하는지, 무형자산에 기초한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인 콘텐츠IP 금융은 왜 중요한지를 알아봤다. 이러한 논의들은
실감형 콘텐츠산업 발전에 따른 저작권 보호와 제한 규정 사이의 관계를 조화롭게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의 주류 담론 확장하기 : 이미와 아직(Already but not yet) 사이에서『한류, 다음: 영어권 편』
□ 영어의 바다 위에서 파도치는 한류
권역서로서 차별성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2020년부터 새롭게 단장한 『한류, 다음』은 동북아시아를 시작으로, 이슬람문화권에 이어
영어라는 언어로 문화권을 구획하여 영어권 주요 4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한류가 현지 대중과 교류하는 지점을 살폈다.
이번 『한류, 다음』은 한국이 한류를 통해 언어적·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한류가 글로벌 문화의 주류라 평가받아야 할
당위성은 없다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한류가 세계에 퍼지는 또 다른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영어”에 주목했다. 언어와 문화는 상호
밀접한 관계성을 지니며, 특히 영어는 모국어·공용어·공통어로서 약 14억 5,200만 명이 사용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사자를 보유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 한류는 허상 아닌 현실, 그러나 뒤따르는 비하와 팬덤의 대응
영어권 4개국 중 영국에서 한류의 주요 소비 계층은 아시아계와 청년 세대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비주류 문화 현상’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한다.
『한류, 다음』은 한류가 다문화사회 영국에서 인종·세대 간 화합을 도모하며 영국의 미래가치를 대변하는 전략적 매개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편 한류는 때로는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기도 하한다. 미국편에서는 미국 주류사회가 케이팝 팬덤을 비하하기 위한 용어, 즉 ‘코리아부(Koreaboo)’ 라는 혐오 표현과 비하의 시선을 의식해 침묵으로 일관함에 주목했다. 나아가 자신의 취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샤이
케이팝 팬(Shy K-Pop Fan)’ 현상의 구체적 사례를 다뤘다.
□ 더 나은 문화교류를 위한 문화권 이해: 수교 60주년 호주와 캐나다
국제사회에서 호주는 여러 의제에 당당히 발언하고 개입하면서 국익에 따라 절충적 선택을 하는 국가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다민족·다문화·다언어 사회의 풍부한 자원, 중견 국가로서의 소통력과 리더십은 일련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호주 소프트파워의 핵심 요소다.
이러한 호주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과거 ‘전쟁과 분단’에서 ‘한류’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기에서는 한류와 밀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호주 문화관계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현지 한류 지형을 구체화했다.
캐나다는 일찌감치 다양성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공식 국가 정책으로 선언했다. 인종·출신 국가·신념·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사회적 평등을 법으로 보장됨은 물론이다. 캐나다의 정체성과 문화는 『빨강머리 앤』과 『동물기』와 같은 단단한
스토리텔링으로 대변되고, 지역의 경계를 넘어 현실을 살아가는 동시대의 인류에게도 보편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이를 한류의 스토리텔링과도
결부된다고 분석했다.
□ 한류의 외연 확장: ‘신한류’ 이끄는 스토리텔링
최근 몇 년간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확장된 배경에는 한류가 품은 이야기 자체의 희소성과 참신함에 더해 세계를 관통하는 보편적 정서로
지구적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 자리한다. 한국적 스토리텔링은 신한류 확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류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캐나다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캐나다의 문화 문법 속 한국의 이야기를 녹여내고 현지화한 <김씨네 편의점> 시리즈,
보편적 이야기의 감동을 선사하는 마영신의 『엄마들』, 김금숙의 『풀』등의 그래픽 노블은 한국 사회의 특징적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진흥원 조사연구팀 최경희 팀장은 “『한류-테크놀로지-문화』와 『한류, 다음』은 메타버스와 영어가 한류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세계 공통의
플랫폼으로서 공통점을 갖는다”며, 결국 우리 콘텐츠의 미래는 “각 국가의 문화적 특성 안에서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점검하고 앞으로 한류
콘텐츠가 품어야 할 다양성의 가치와 인류 보편의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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