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6월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3.7% 상승, 3.1% 하락으로 움직였다. 실적 호조가 본격화되는 IT/AI/반도체 업종과 원달러 상승 수혜까지 접목되는 자동차 업종이 강세를 이뤘다. 대부분 대형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코스닥 대비 훨씬 더 좋았다. 이러한 흐름에서 엔터/미디어 업종은 약세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종목들이 코스닥에서 거래되고 있을 뿐 아니라,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에 여전히 성장주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엔터 업종은 하이브의 2% 하락을 비롯해 JYP Ent.가 17%나 급락해 전 종목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미디어 역시 대부분 약세인 상황에서 CJ ENM만 홀로 10% 상승했다.
엔터 산업은 1Q24에서 2Q24로 넘어가면서 확실히 분위기가 호전되는 중이었다. 1) 작년 말부터 주가 발목을 잡았던 앨범 판매량 감소도 충분히 주가에 반영돼 기대감이 낮아졌고, 2) 2Q 신규 IP 데뷔와 대형 IP들의 컴백이 몰려있었으며, 3) 6월부터 BTS 멤버들의 순차적인 군 제대와 4) 일본 현지 아이돌 몰락에 따른 반사 수혜를 케이팝 그리고 한국 기획사들이 기획한 일본 현지 IP들이 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브 vs.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의 분쟁이 발생하며 엔터 투자심리가 대폭 악화됐다. 하이브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펀더멘털(Fundamental)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뉴진스가 하이브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내외인데, 금번 이슈 발생 후 시가총액이 그만큼 증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하이브가 뉴진스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온전히 반영해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매우 악화된 센티멘털(Sentimental)에 있다. ‘인적 리스크’가 확대됐고, 민희진 대표가 이 사건의 본질은 콘텐츠 간의 ‘유사성’에 있다는 점을 지적해 그간 시장이 높게 평가했던 엔터산업의 ‘멀티 레이블’에 대한 우려가 처음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다시 과거와 같은 1인 프로듀서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총괄 프로듀서 혼자서 핸들링 하기에는 K-엔터 산업의 규모와 하이브의 기업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하이브-어도어 사태는 케이팝이 급격히 성장한 데 따른 ‘성장통’이 아닐까? 위기를 기회로! 이번 사태가 대형 엔터 기업들이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시킬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
미디어 업종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 60호(5+6월호)에서 언급했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시급할 정도로 힘들다. 1) 주요 수익원인 광고 수익이 개선되려면 경기가 선행돼야 하는데 뚜렷한 모습이 없고, 2) 제작비 증가, 제작 편수 감소로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난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대안 종목으로는 CJ ENM이 유일하다. 업황 흐름과 무관하게, 지난 2년간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던 신사업의 턴어라운드(turnaround: 실적이 개선돼 당해 연도 흑자전환이 예상됨)가 가시화되고 있고, 엔터 음악사업부의 성장성도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테마에서 여전히 소외된 엔터주는 약세를 이어갔다. 엔터 대장주인 하이브는 2%, 에스엠은 3%, 와이지엔터는 7% 하락했고, JYP Ent.는 17%나 급락했다. 엔터 4사 합산 기준으로는 5% 하락해 코스닥 대비 훨씬 더 하회했다. 작년 연말부터 너무 많이 하락한 덕에 가끔 일부의 기관과 외국인 수급이 돌아올 때도 있지만, 여전히 증시를 이끄는 주도 섹터가 아니라는 점에서 큰 대세 반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① 앨범에 대한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 코로나19 당시에 있었던 ‘앨범의 과소비’ 현상을 조금은 인정해주는 분위기여서다. 신보 앨범이 전작 구보 대비 30%가량 감소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앨범의 피크아웃(peak-out: 정점 후 하락 전환)이 불거진 작년 11월과 올해 초보다는 훨씬 덜하다. 오히려 최근 컴백한 성장 IP들의 초동 판매량은 전작 대비 성장하고 있어 앨범에 대한 노이즈는 일단락돼 가는 추세다. ② 또한 3월부터 신인 IP와 대형 IP의 활동이 몰려있다. 특히 하이브는 2Q24 르세라핌을 제외한 전체 소속 아티스트의 컴백이 집중돼 있고, 에스엠은 NCT Dream, 에스파, 라이즈 등 대형 IP의 컴백, JYP Ent.는 기대주인 일본 현지 보이그룹 ‘NEXZ’의 데뷔가 기획돼 있다.
③ 6월부터는 슈퍼 IP인 BTS 멤버들의 순차적인 제대가 이어지고, ④ 지난 60호(5+6월호)에서 다뤘듯이, 새로운 투자 포인트로 전 세계 2위 음악시장인 일본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일본 엔터 업계에서는 일본 현지 탑티어 아이돌을 보유한 쟈니스 기획사가 몰락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팝 IP, 그리고 한국 기획사가 제작한 일본 현지 IP들이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의 방송 출연, 앨범 발매, 공연장 대관 등의 공급은 예전보다 훨씬 더 우호적인 조건으로 한국 기획사에게 먼저 접근하고 있다.
반면 민희진 대표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경영권 탈취 시도는 언론 플레이일 뿐, 갈등의 본질은 신인 IP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은 80%, 민희진 대표는 18%로 대표 해임이 가능하다. 단, 임시주총 소집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법원에 주총 소집 청구 후 약 2개월가량 소요될 수 있는 이슈였다.
지난 4월 말, 하이브가 법원에 민희진 대표의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신청했으나 민희진은 이사회 소집 요구에 불응했고, 법원이 어도어가 하이브 상대로 신청했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민희진은 어도어의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 후, 민희진 대표는 2차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와의 화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배임 혐의 고발 건을 취하하지 않았고,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어도어 이사진을 하이브 측으로 전격 교체했다.
- 최악: ‘뉴진스’ IP 상실
- 중립: ‘뉴진스’ IP는 영구적으로 하이브 레이블에 귀속, 민희진 대표만 사임
- 최상: 양사 간의 극적인 화해
이번 이슈에 따른 펀더멘털과 센티멘털의 영향을 짚어보자면, 사실 펀더멘털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 2023년 어도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03억, 335억 원으로 전체 하이브 연결 실적에서 각각 5%, 1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4F에는 5월 뉴진스 컴백 및 글로벌 활동을 포함해 이익 기준 약 12% 내외로 추정되며 2025F에는 BTS의 완전체 활동까지 더해져 이익 기여도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틀간 시가총액이 약 9% 하락했고, 절대 금액으로 보면 8,539억 원이 증발했다. 이는 이번 사건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부분 기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도어가 하이브에 기여하는 영업이익만큼 시가총액이 이미 빠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났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엔터 업종에 높은 멀티플을 부여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다. 멀티 레이블 체제는 한 명이 모든 아티스트들을 총괄하는 ‘탑다운’ 개념과 달리, 다수의 독립 멀티 레이블을 구축해 각 레이블에 아티스트 IP를 기획하는 데 필요한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형식이다. 그만큼 빠른 결정 하에 아티스트당 활동 주기를 당길 수 있고, 데뷔 IP 파이프라인도 매년 꾸준히 추가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표현이 가능해 대중을 만족시켜왔다. IP 누적에 따른 이익의 레버리지 또한 엔터 업종의 큰 투자 포인트 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JYP Ent.가 가장 먼저 성공 사례를 증명했고, 하이브는 다수의 회사를 인수하며 그 덩치를 훨씬 더 확장했다. 에스엠도 이수만 전 총괄회장의 단독 시스템에서 벗어나 2Q23부터 멀티 레이블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와 아일릿 IP 콘텐츠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멀티 레이블 확장성, 그리고 멀티 레이블 체제의 존재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뜻이다.
그래도 필자는 여전히 엔터 업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멀티 레이블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다시 총괄 프로듀서 한 명이 모든 회사 소속 아티스트들을 책임지는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만큼 엔터 산업의 규모 및 하이브의 기업 규모가 매우 커졌다는 의미다. 이번 하이브-어도어 사태는 급격히 성장한 산업의 성장통이 아닐까? 엔터 산업을 이끄는 주도 업체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모호한 ‘창작’의 영향을 구분하고,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숙제가 주어졌다. 부디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 트레이닝 시스템’과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신사업부인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작년 상반기 분기 손실은 각각 300~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컸다. TV 광고 수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신사업의 적자 출혈을 막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결실은 작년 3Q23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손실만 제대로 메꿔진다면 이익 턴어라운드가 가능해 CJ ENM이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
지난 5월에 있었던 CJ ENM의 1Q24 실적은 매출액 11,541억, 영업이익 123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3개 분기 연속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지난 3~4Q23의 서프라이즈 정도는 아니지만 양호했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1Q24 숫자가 연내 가장 저점으로, 2Q24부터 개선되는 방향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음악] 1Q24에 이익 48억 원을 기록했다. 외형 및 수익성이 동반 성장 중인 사업부이지만 ① 일본향 IP인 INI의 앨범 및 교세라돔 콘서트와 ME:I의 팬콘서트만 반영됐다. ② 가장 핵심 IP인 제로베이스원의 일본 데뷔 싱글 발매(초동 판매 30.2만 장)가 있었지만 실적이 이연됐으며, ③ 신규 IP 기획/제작, 마케팅비 증가로 이익은 크지 않았다. 그래도 2Q24부터는 확실히 좋아진다. ① 제로베이스원의 한국 컴백 활동 및 레깅(lagging)된 일본 실적이 반영되고, ② 더블랙레이블과 협업한 글로벌 걸그룹 프로젝트 모멘텀이 실현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 1Q24 손실 178억 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해외 판매가 매우 좋았지만, ① 올해 총 5개 영화를 제작/배급하는데, 그중 1Q24에만 제작비가 매우 큰 <외계+인2>의 흥행 손실이 반영됐다. 다행히 2Q24 이후로는 <외계+인2>만큼 제작비가 크게 들어가는 작품이 없다. 흥행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영화는 1Q24 적자보다는 적겠다. 반면 ② 스튜디오드래곤은 2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제작 편수 축소에도 동시 방영 콘텐츠로 수익성을 지켜내서다. 다만, 드라마 실적은 2Q24가 저점이겠다. 더 감소한 제작 편수에 상각 부담이 덧붙여져서다. ③ 작년 적자의 주범이었던 피프스시즌은 손실 61억 원을 기록했다. 대폭 줄어든 적자이며 하반기 딜리버 개수 확대로 흑자전환 모멘텀은 유효하다.
[미디어] 1Q24 손실 35억 원을 기록했다. TV 광고 부진(-3% YoY)과 또 다른 손실의 주범이었던 티빙이 대규모 상각을 처리하며 385억 원 규모의 손실을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대폭 축소됐다. 티빙의 유료가입자 증가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신규 가입자 대상 가격 인상 덕분이다. 2Q24 상황은 훨씬 더 나아졌다. ① <환승연애>, <2024 KBO 시리즈> 등의 티빙 트래픽은 23년 말 500만에서 24년 4월 700만 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② 기존 가입자들에 대해서는 6월부터 가격 인상, 5월 KBO 유료화 전환, ③ 3/4 AVod(광고요금제) 출시 효과로 광고 매출은 QoQ 3배 성장, 2Q24는 QoQ 10배가량 고성장 중(가입자 중 20%가 광고형)이다. 동사의 미디어 실적은 TV 광고보다는 티빙 사업부의 실적 방향이 매우 중요한데 이대로라면 티빙의 분기 BEP(Break-even point: 손익분기점)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겠다.
[커머스] 1Q24 손익 262억 원(+50% YoY)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가장 좋았던 사업부인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의 고성장(+49% YoY) 영향이 컸다. 2Q24에도 프로모션 이벤트, 멤버십 개편을 통해 신규 고객이 원활히 유입되는 분위기다.
엔터/레저 섹터의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코스닥에서 더 많이 거래되고 있고, 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성 이슈에서 소외됐기 때문에 약세를 계속 이어갔다. 엔터는 하이브 2%, 에스엠 3%, 와이지엔터 7%, JYP Ent.는 17%나 급락해 전 종목 하락세를 이어갔고, 미디어도 대부분 약세인 가운데 CJ ENM만 홀로 10% 상승했다.
하이브와 하이브의 대표 레이블 중 하나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뉴진스라는 IP를 상실할 수도 있는 이슈였지만, 하이브에게 펀더멘털 이슈는 제한적이다. 뉴진스가 하이브의 전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만큼 금번 이슈 발생 후 이틀간 시가총액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뉴진스의 이익 기여도를 배제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악화된 센티멘털이다. 엔터 업종의 숙명적인 ‘인적 리스크’가 확대됐고, 민희진 대표가 지적하는 콘텐츠의 ‘유사성’ 문제로 시장이 높게 평가했던 엔터산업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한 우려가 처음으로 퍼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 예전과 같은 1인 프로듀서 체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K-엔터 산업의 규모와 하이브의 기업 규모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급격히 성장한 산업의 성장통이 아닐까? 대형 엔터 기업들에게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시킬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미디어 업종은 여전히 부진하다. ① 주요 수익원이 되는 광고 수익이 개선되려면 경기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② 콘텐츠 제작비 증가, 제작 편수 감소로 드라마 제작사들도 불황을 감내하고 있다. 대안 종목으로는 CJ ENM이 유일하다. 업황과 무관하게 지난 2년간 신사업에서 무지막지한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사업들의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