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샤머니즘'은 한국 내에서 무속 관련 콘텐츠가 대중문화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해외에서의 실질적인 인기보다는 국내에서의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제도 종교의 쇠퇴와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이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팝콘 브레인'을 만들어내면서, 복잡한 제도 종교보다 직관적이고 자극적인 무속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K-샤머니즘'은 종교적 믿음이라기보다는 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소비되고 있으며, 서구의 ‘네오샤머니즘'과는 달리 가볍고 캐주얼한 방식으로 무속 문화를 활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무속 관련 콘텐츠가 독립적인 수익 모델로 발전하는 가운데, ‘K-샤머니즘'은 한국 전통문화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고 있어 국제적 문화콘텐츠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 현상은 운명, 초자연적 힘, 불확실성에 대한 보편적 인간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며, 무종교 사회에서의 새로운 종교문화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1. ‘K-샤머니즘’, 어디에서 유행하고 있나?
‘K-Culture’의 유행 속에서 ‘K-’ 명명법이 남발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K-샤머니즘’이란 명칭에서도 ‘국뽕’스러운 과대포장의 느낌이 있다. “K-샤머니즘의 열풍”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해외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몇몇 기사나 방송 콘텐츠를 통해서 언급은 되지만, 해외 인기의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다(이미애, 2020; 스플스, 2022). 가령 “기복(祈福)의 문화”라는 글에서 “한국의 토정비결과 주역을 인용한 운세 풀이가 앱으로 개발돼 미국 벤처 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당 앱은 점성술에 관한 것으로 한국 무속과는 관련이 없다(이미애, 2020; Griffith, 2019). ‘K-샤머니즘’은 대중문화콘텐츠(예능, 드라마, 영화 등)에 무속 아이템이 활발하게 쓰이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현상에 대해 ‘K-문화콘텐츠’의 소재로 무속/무당/신점 등이 새롭게 부상해 뭔가 의미 있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예측과 기대를 담은 라벨링의 산물로 보인다. 한마디로 ‘K-’운운할 만큼 ‘한류’로 진입한 소재는 아니고, 한국 내부적으로 여기에서 뭔가 새롭고 신기한 느낌을 ‘K-’ 운운 트렌드에 맞춰서 표현한 감이 없지 않다.
‘Korean Shamanism’ 혹은 ‘한국 무속’이라고 할 것을 ‘K-샤머니즘’이라고 표현할 때,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새롭고 신기한 감각이 무엇인가는 짚어볼 만하다. ‘한국 무속’은 하나의 종교 전통으로 여겨지고 한국의 고유 종교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떳떳한’/‘어엿한’ 종교는 아니다. ‘미신’이나 ‘원시신앙’으로 불리기에 더 적합하다. 한국 종교 통계에서 무속(혹은 무교巫敎)은 선택지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K-샤머니즘의 유행’을 말할 때도 그 종교적 특성을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향유자들이 자신의 종교를 ‘무속’으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한 음지의 종교문화, 혹은 하위문화로서의 성격이 최근 문화콘텐츠에서 재현되는 무속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20세기 초까지 무속은 종교조차도 아니었고(미신 혹은 음사), 한국의 고유종교로 이야기되더라도 원시종교에 가까운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K-샤머니즘’ 운운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그늘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2. ‘K-샤머니즘’, 무엇이 새로운가?
2-1. 제도 종교의 쇠퇴와 팝콘 브레인
‘K-샤머니즘’의 부상(浮上) 배경에 자리한 요소 중 하나는 제도 종교의 쇠퇴이다.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한국 종교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40% 이하로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한국갤럽 2021; 목회데이터연구소 2024).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도덕주의적 진단이 내려진다. 종교인들이 부도덕하고 타락해서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을 잃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이다. 그러나 종교 쇠퇴의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서 본다면, 경제 성장, 교육 기회 확대 등 여러 사회학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 결과로 보인다(심형준, 2023).
제도 종교 쇠퇴의 요인 중에서 잘 주목되지 않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아무래도 이것이 ‘K-샤머니즘’의 부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이다. 왜 디지털 미디어가 제도 종교를 쇠퇴시키고, 인간의 원초적 종교성이 발휘되는 ‘자연종교’에 가까운 무속과 같은 종교활동을 조장하는지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각적 분석이 필요하다(심형준 외, 2023). 그러니 여기에서는 이를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 유추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최근의 문해력 저하 이슈를 생각해 보자. 숏폼 콘텐츠에 많이 노출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집중력이 떨어지고, 긴 글을 소화하지 못하고, 사고력이 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눈에 띄게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문해력 저하 문제였다. ‘사흘’이 ‘3일’인 줄 모르고, ‘심심한(甚深한)’이 ‘깊고 간절한 마음’이 아니라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기성세대들을 기함(氣陷)케 한 일이 있었다(김가연, 2023).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디지털 기기의 강렬한 자극에 의해서 뇌의 보상 체계가 교란되어 여러 인지 능력 상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하며, 이런 뇌의 상태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으로 부르고 있다(Travers, 2024).
팝콘 브레인은 불안 수준이 높고, 사회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의집중이 떨어지고, 지연 보상 활동(보상이 즉각적이지 않은 활동, 예를 들어 독서)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Breitowich, 2024). 이런 특성은 종교활동 양상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에 학습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고, 집단 의례에서의 사회적 활동이 강제되는 제도 종교활동은 선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복잡하고 어려운 제도 종교를 떠나서 인간의 원초적 종교성으로 쉽게 이해하고 강렬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무속과 같은 ‘자연종교’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고 볼 수 있다(심형준 외, 2023).
2-2.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종교 시장의 변화
종교에 관심이 없지만, 무속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K-샤머니즘’이 새로운 무속 문화를 포착하는 개념이라면, 그것이 실제로 지시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로 매개되는 샤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종교 콘텐츠에 한정해서 본다면 2019년 이후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하나는 타로, 사주 등 운세 콘텐츠가 증가했다는 점이다(심형준 외, 2023).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지 않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높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Roy, 2019; Wilkins, 2021; Jeffery, 2023).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를 고려하면, ‘팝콘 브레인’이 종교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K-샤머니즘의 부상’은 서구의 ‘타로와 점성술의 부상’과 호응되는 문화적 사건이다. 그 일반성은 진화인지종교학(evolutionary and cognitive sciences of religion)의 관점이 아니고서는 포착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한정된 지면에서 이를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왜곡을 감수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진화된 인지 능력이 종교적 상상력과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관념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사람처럼 생기고 행동하는 신 관념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신 관념이다. 이것은 학습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전지전능하며 무소부재한 신은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신 관념으로 학습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팝콘 브레인화 될수록 후자의 신 관념보다 전자의 신 관념이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우리의 인지 능력의 특성으로 인해 쉽고 빠르게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속’으로 우리가 부르는 종교문화는 제도 종교와 비교할 때, 훨씬 우리의 인지적 직관에 부합하는 관념과 행동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샤머니즘적 종교는 예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세계에 존재하였으며, 심지어 제도 종교의 신행 양식에도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Dunbar, 2022). 기독교나 불교 등 많은 세계 종교의 역사상에서 종교적 엘리트들은 대중 혹은 하층민들이 가진 신앙이 미신적이거나 샤머니즘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가령 한국 기독교에서도 샤머니즘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다(장혁 2006). 그러니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며, ‘어려운’ 제도 종교가 적합성을 상실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인지적 직관에 부합하는 ‘쉬운’ 종교문화가 각광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K-샤머니즘’의 부상은 인간의 문화생태 환경 변화의 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3. 엔터테인먼트 요소로서 ‘K-샤머니즘’
샤머니즘적 종교문화로서 ‘K-샤머니즘’을 설명할 수 있지만, 이 현상을 ‘종교’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자연종교’ 혹은 ‘쉬운 종교’라고 한 앞선 이야기와 모순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무속적 세계관을 사람들이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런 세계관이 쉽게 이해되고 그럴 듯하게 느껴지지만, 개신교 신자나 불교 신자가 되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교리에 대한 지식과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의식적 혹은 의도적 믿음이 수반되지는 않는다. 점을 쳐본 사람들에게 왜 점을 쳤는지 물었을 때, 자주 들을 수 있는 대답이 ‘그냥 호기심에’, ‘재미로’와 같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라고 여기면서도 자기 인생의 중요한 문제와 관련된 예언일 경우에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하곤 한다.
‘K-샤머니즘’ 운운하게 된 것도 대체로 재미나 오락 요소와 관련되어 있다. <파묘>와 같은 영화의 흥행 때문에,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자극적 소재로 활용되는 것 때문에 주목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도,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내용들이 많이 다뤄진다. 그래서 “흥미만을 중시해 샤머니즘의 자극적인 측면만 부각할 경우,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표현하거나 점술에 과의존하는 모습을 당연시해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정원욱, 2024)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꼴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제도 종교의 대안으로서 무속 문화를 진지하게 선택한 것이기보다는 주식 투자의 ‘기도 메타’처럼 가볍고 캐주얼하게 활용하는 데 가깝다. 이런 면에서 서구에서 1960년대에 등장한 ‘네오샤머니즘’과 구별될 수 있다.
네오샤머니즘은 서구에서 뉴에이지 영성의 한 유형으로 실행한 새로운 형태의 샤머니즘을 말하며, 현대적 상황에 맞게 의식과 관행을 조정한 도시의 샤머니즘이었다. 그리고 전통적 형태의 샤머니즘은 소비와 관광의 대상으로 재현되는 경향이 있었다(Raz M., 2019). 한국의 무속도 20세기 후반에 농촌 사회와 유리된 도시 및 소비문화에 적응한 무속이 나타났다. 사주 카페 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지만 대안 종교 활동으로서 주목된 것은 아니다. 트렌스 상태에 빠져드는 의식적 체험을 대안적 영적 활동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난 서구의 네오샤머니즘과는 달랐다고 하겠다.
도시화된 무속 시장의 형성은 무당들이 고객과 만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셜 미디어, 동영상 플랫폼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과거에도 블로그 등을 활용해 홍보하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질적으로 달라진 지점이 있다.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독자적 콘텐츠로 소비될 가능성, 조회수에 따른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단순 홍보성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소재들이 다뤄지며 오락성, 화제성이 있는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게 되었다. 영상 미디어에 적합한 의식과 관행이 주요 콘텐츠가 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심형준 외, 2023).
3. ‘K-샤머니즘’의 문화적 잠재력과 활용
‘K-샤머니즘’이라는 ‘K-’라벨링의 남발 사례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새로운 특성에 주목해 본다면, ‘디지털 미디어에 최척화되고 있는 현대의 한국 무속 문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유행 양상을 ‘한국 무속’에만 방점을 두게 될 때, 그 현대적 특성,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문화사적 의미를 간과하게 된다. 가령 ‘고유 문화’를 지키자는 보전적 관점으로 이 현상을 들여다보면, 이 유행에 힘입어 전통적 무속 문화를 복원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될 수 있다. 무속 문화의 유행에 대한 판단도 ‘고유한 본질’에 입각해서 변질이나 타락으로 매도하게 될 수 있다. 이 무속 문화의 새로움에 주목한다면, 이런 의고적(依古的) 시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K-샤머니즘’ 현상은 한국 전통 문화의 요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쉬운 종교문화의 유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세계적 추세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특성이 이 현상의 문화적 잠재력을 평가할 때 중요한 것 같다. ‘K-샤머니즘’은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한국 문화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K-샤머니즘’의 부상은 보편적인 인간 심리와 관련된다. 운명에 대한 호기심,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경외심,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등은 문화권을 초월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이다. 이러한 보편성은 ‘K-샤머니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제도 종교가 사라지고 캐주얼한 종교문화가 지배적이게 될 것으로 보이는 미래 사회의 종교 시장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무종교 국가다. 무종교인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요 선진국들도 점차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절대적 비율에서는 동아시아 3국(한중일)에 미치지 못한다. 종교나 영성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재미와 유흥을 위해서 향유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종교적 행동(불안 감소를 위한)의 효과가 발휘되는 문화를 향유하는 경향이 지배적일 때, 그 사회의 문화 지형, 종교 시장의 지형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묻게 된다면, 대표적인 무종교 국가의 종교문화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아마 ‘K-샤머니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