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몽타주|ZOOM 2

한류(K-wave)는 무슨 맛?! 코카콜라부터 아디다스까지…
글로벌 기업은 한류를 택한다
노준영 마케팅컴퍼니엔 대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한류를 활용하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난다. 뉴미디어를 통한 한류의 긍정적 인식 확산,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로도 충실한 기능을 선보이는 한류의 발전적 흐름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시점에서 뉴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고, 한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의 움직임이 한류 확산의 새로운 방향성을 이끌 것이다.
1. 한류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
한류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기존의 한류 열풍은 아웃바운드(Outbound)의 성격이 강했다. 마케팅에서 아웃바운드란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비즈니스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한류는 알리기 측면에서 직접 공간을 마련하거나 콘텐츠를 내놓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 이런 활동에 공감하는 대중들이 접근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아웃바운드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한국어학당, 케이팝 체험 공간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이런 아웃바운드 형태의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한류 콘텐츠나 상품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계속되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분석해가며 더 나은 방향성을 모색하는 노력도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아웃바운드 흐름에 인바운드(Inbound)가 결합되며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마케팅에서 인바운드란 아웃바운드의 반대 개념인데,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형태를 뜻한다. 인바운드에서 홍보 주체가 할 일은 적극적인 행동보다 질문 응대, 접수, 예약 등 아웃바운드보다 소극적인 것들이다. 대신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서며, 홍보 주체는 이 행동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한류는 인바운드가 그려내는 그림에 어울리는 부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적극적인 행동만큼이나 자발적으로 한류의 흐름을 발견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한류는 이상적인 조화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의 흐름은 대중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나서는 상황이라 더 긍정적이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인바운드(Inbound)와 아웃바운드(Outbound)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한류는 이상적인 조화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1-1. 한류의 맛, 코카콜라의 새로운 도전
코카콜라는 일명 ‘한류의 맛’을 내놨다. 가장 좋아하는 케이팝 스타에게 빠져드는 그 순간의 설렘을 담았다고 한다. 맛에 대한 반응은 당연히 사람들마다 달랐지만, 한글이 적힌 코카콜라 제품은 전 세계로 유통돼 한류를 알렸다. 특히 제품 패키지에 삽입된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이름과 얼굴을 인식한 뒤 프로모션 음악을 따라 부르는 이벤트는 반응이 좋았다. 단순히 따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영상이 만들어져 자유롭게 다운로드 후 원하는 곳에 업로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렴구를 부르며 한류 콘텐츠에 노출되고, 한글 가사를 따라 부르는 과정을 거친다. 게다가 다운받아 바이럴(전파)에 나서는 과정까지 존재한다. 제품 패키지에 삽입된 한글부터 시작해 한류를 느끼고 전파할 수 있는 구간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가 억지로 시킨 흔적은 없다. 이 과정은 모두 각자의 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며, 코카콜라의 이번 행보 역시 그들의 자발적인 관심에서 시작됐다. 인바운드에 해당하는 강점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사례였다.
코카콜라 제로 한류
(사진출처: 코카콜라)
1-2. 어도비와 MLB, 한류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다
글로벌 디자인 프로그램 기업인 어도비(Adobe)는 국내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을 열었다. 해당 기업의 대표 제품인 일러스트레이터의 생성형AI 버전으로 굿즈를 직접 디자인하는 이벤트였는데, 한글 텍스트를 입력하면 아이콘, 장면, 패턴 등 다양한 그래픽을 생성할 수 있다. 이미 한글을 차용한 티셔츠나 제품을 착용하고 다니는 해외 대중들의 모습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한글 차용이 증가한 시점에 진행된 오뚜기의 프로젝트는 우수성과 디자인 요소로도 손색없이 기능하는 한글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이 캠페인은 생활 속에서 소비하는 한글을 보여주는 프로젝트였고, 어도비의 관심으로 인해 진행됐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 오뚜기가 어도비와 협업한 ‘오뚜기 굿즈 3분 완성’ 캠페인
(사진출처 : 어도비 코리아, 오뚜기)
특별한 관심은 미국 프로야구(이하 MLB)에서도 터져 나왔다. 역사상 처음으로 MLB 개막전이 대한민국에서 열린 것이다. 야구 경기 자체도 의미가 컸지만, MLB 사무국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한글로 기재했다. 선수들은 가족과 함께 방문해 적극적으로 한국의 모습을 SNS에 업로드했고, MLB와 연관된 비디오게임에도 선수 이름이 한글로 적힌 가상의 카드가 발매됐다. 덕분에 MLB 선수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한류의 중심인 한글은 좀 더 대중적인 모습으로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었다.
1-3. 패션 브랜드도 한류에 빠지다
패션 브랜드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 브랜드들은 한류를 하나의 콘텐츠로 보고 있는 상황인데, 대표적으로 아디다스의 갖신과 나이키의 한글 컬렉션 등을 들 수 있다. 갖신은 과거 상류층이 신었던 가죽 신발로 알려져 있다. 가죽이 부족해지며 조정에서 ‘갖신’ 착용 금지 명령까지 내렸지만, 특별한 매력을 표현하기 위한 백성들의 마음은 식지 않아 계속 착용했다고 알려지는 전통 패션 아이템이다. 아디다스는 이 갖신을 재해석해 한류를 전파했다.
가죽으로 만든 신을 통칭하는 ‘갖신’
(사진출처: 국립민속박물관 https://www.emuseum.go.kr/detail?relicId=PS0100200100100442100000)
스웨이드 가죽의 가젤을 베이스로 만든 아디다스의 ‘갖신’
(사진출처: 아디다스 코리아)
나이키 역시 다양한 한글 관련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한글날을 중심으로 발매된 제품들은 대부분 한글을 패션 스타일에 맞게 표현하고 있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글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디자인적인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 건 당연한 사실이다. 유명 브랜드인 샤넬 역시 한복과의 연관성을 통해 한류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퓨전 한복의 스타일 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 냈다.
2. 새로운 트렌드, 그리고 기업의 움직임과 함께 힘을 얻는 한류 확산
이런 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케이팝과 K-드라마, 그리고 K-영화 열풍으로 인한 한류와 한글의 대중화가 큰 역할을 했다. 대중들이 익숙해져 있는 만큼, 현실에서 활용해도 접근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한글은 해외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경험의 수단이기도 하다. 기업이 나서서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기타 활동에 활용하면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류 자체를 콘텐츠로 보고 있는 시선도 한몫한다. 이미 뉴미디어 시대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상황이다. 한류 콘텐츠뿐만 아니라 한글도 근사한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고, 어디에나 어울리는 한글의 디자인적 우수성은 기업들의 활용 관심을 더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한류를 접하는 대중들 역시 신선한 관점에서 영상이나 인증샷을 만들어 뉴미디어에 업로드한다. 자연스러운 전파 과정을 거치며 한류가 더 퍼져나가고 있고, 이런 뉴미디어 환경에 잘 어울리는 대상이 바로 한류라고 할 수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커버댄스 역시 뉴미디어에 어울리는 하나의 콘텐츠 관점에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으로 본다.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한류에 큰 도움이다. 기업들은 제품을 출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홍보에 나서게 된다. 이 홍보 캠페인 안에서 한류 콘텐츠들은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노출되고, 다양하게 인식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아웃바운드 스타일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만들어가는 인바운드 한류 확산 행보는 한류 전파에 큰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날의 일명 ‘팬슈머’, 다시 말해 기업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적극적인 소비는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한류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즉, 기업들의 한류 관심은 단순한 제품 출시가 아니라 대중들의 소비 패턴에까지 스며드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3. 한국 문화산업, 적극적인 확산의 기회가 왔다
뉴미디어 시대에 가장 무서운 건 자발적인 확산이다. 이를 ‘자발적 바이럴’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스스로 원해서 바이럴에 나서는 만큼, 기업이 직접 나서는 바이럴 활동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속도가 빠르다. 기업의 관심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환경은 대한민국 문화 산업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이 앞장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서두를 열고, 대중들이 본론을 이끌어가는 유기적 순환 환경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소비’라는 고리를 토대로 꾸준한 노출 기회를 만들면, 뉴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들은 일상을 공유하며 한류를 전파할 것이다. 즉, 지금까지 기업 중심으로 이어졌던 문화 산업의 시계추가 대중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문화 콘텐츠들이 뉴미디어에 지속적으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상에서 소비하고, 또 접할 재료들이 많아져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현시점의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인바운드 형태의 한류 전파는 문화 산업에서 꼭 필요한 ‘소비 재료’를 만드는 과정을 리드할 수 있다. 문화 산업계는 이 지점을 잘 파악하고, 이미 존재하는 소비 재료로 대중들이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을 더 다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료가 부족하다면, 기업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한류를 반영할 수 있는 만남을 더 자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4. 인바운드 한류 확장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앞선 사례들과 기업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인바운드 한류 확장은 기회의 땅 위에 서 있다. 이 시점에서 한류 확장을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는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한류를 활용한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은 대부분 뉴미디어에서 이뤄진다. 이런 제품을 구매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대중들의 활동도 상당 부분 뉴미디어에서 벌어진다. 한류에 관한 모든 행동이 일어나는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따라서 뉴미디어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할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기존에도 좋은 반응을 얻어온 한류 관련 챌린지, 한류 연관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발한 활용법, 한류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방법 등 대중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다만, 단순 기획으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기존에는 아웃바운드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인바운드 관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대중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대중이 원하고, 또 대중에게 도움이 될 만한 주제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두 번째는 기업들이 이제 한류를 하나의 ‘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할 때, 패키지는 반드시 해당 국가의 언어로 써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코카콜라 한류 맛을 보라. 패키지 자체가 한글이다.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글을 접해 온 해외 대중들이 많다. 이들은 한글을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즉, 한류는 이제 독립적인 하나의 주제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니 패키지나 디자인 등에 한류 관련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이를 대중과의 소통 수단으로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통할 수 있는 말이다. 한류를 하나의 독립된 주제로 인식하고 기업이 전략적으로 나설 때 지금의 인바운드 한류 확장은 더 발전적인 방향성을 보일 수 있다.
한류는 지금, 미래를 말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가장 이상적인 확산을 위해 기업과 대중이 함께 고민하고, 방향성을 합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