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나우>가 60회 동안 발간된 지난 13년 동안 한류 문화현상은 놀라운 변화와 역동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한류나우>는 이러한 한류 현상을 기록하고, 분석하고, 조명하면서 한류 문화 확산과 담론 형성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해왔다. 이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한류에 관련된 창작자, 사업자 그리고 연구자 등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이기에 <한류나우>의 제작, 편집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한류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통찰을 제공하겠다는 기치를 내건 만큼 그동안 <한류나우>의 제작, 편집자들은 이를 제대로 잘 만들기 위해 숱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 애써왔을 것이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60회 발간이라는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사진출처: <한류나우> 51호 표지)
<한류나우>에서 ‘한류’는 한국의 문화가 외국에서 인기리에 호명(呼名)되고 수용되는 문화 현상이다. 다층적인 문화 현상으로서 한류는 입자(particle)와 파동(wave)의 성격이 공존한다. 입자의 형태로 전파되는 한국의 대중문화 텍스트가 파동의 형태로 진동(振動)하게 되는 것은 수용자들의 문화 실천 덕분이다. 수용자들이 한류 콘텐츠에 대한 향유를 계속해서 이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발현될 때 파동은 역동성을 얻게 된다. 벌써 30년 가까이 계속되는 한류는 전 지구적 문화 흐름에 있어서 전에 없이 독특하고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 놀라운 문화 현상을 담아내는 <한류나우>라는 출간물의 뜻을 얘기하면서 필자가 이 글에서 환기(喚起)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나우(now)’다. 한류 담론에서 ‘나우’는 도대체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을까?
첫째, ‘나우’는 현재라는 의미이다. ‘나우’는 ‘지금’을 의미하기에 <한류나우>는 한류의 현재를 기록하고 반영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성’의 관점에서 볼 때 한류의 ‘나우’는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가능성이 교차하는 연속체에서 현재의 순간을 뜻한다. 한류는 지속적으로 ‘나우’가 만들어지고, 지금의 ‘나우’가 계속되어 발전하는 문화 현상이다. 1990년 후반에 시작된 한류는 꾸준한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지금’ 이 시점에서 한류는 전 지구적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지금’의 한류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전환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한류의 현재 좌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기반해 미래 비전을 세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나우’는 한류의 현재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인 셈이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셋째, ‘나우’는 ‘시의적절(時宜適切)’을 의미한다. ‘시의성’ 측면에서 ‘지금’의 한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선도하는 문화현상이다.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은 ‘지금’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메시지와 가치를 노래하고 있다. 포용성, 연대감, 자기 긍정 등은 ‘지금’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다. 한편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지금’ 여기의 사회상과 이슈들을 예리하게 반영하며 글로벌 보편성을 담아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평등과 공정, 다양성이 중시되는 ‘지금’, 한류는 시대와 호흡하는 문화로서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한류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의 한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전 지구촌 수용자들이 향유하는 ‘지금’의 한류다. 따라서 ‘지금’ 한류 수용자들의 문화적 경험과 실천을 견인할 K-콘텐츠를 온전하고 충실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류에서 ‘지금’은 콘텐츠 생산자와 수용자 간 활발한 상호작용의 시간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타와 팬, 그리고 팬과 팬 사이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이돌의 일상을 담은 라이브 스트리밍에 전 세계 팬들이 모여들고, 드라마 속 명대사가 밈(Meme)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렇듯 ‘지금’은 한류의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일방의 문화 전파를 넘어, 양방향의 교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한류의 역동성이 ‘지금’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시의성’은 ‘지금’이 가진 사회문화적 의미를 보여준다. <기생충>이 불평등 문제를 조명하고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군상(群像)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BTS의 음악이 전하는 자애(自愛)의 메시지는 전 세계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처럼 한류 콘텐츠는 바로 ‘지금’ 이 시대의 화두를 예리하게 짚어내며 글로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우리는 한류 수용자들이 처한 ‘지금’의 상황 속에서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요구를 읽어내야 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결국 한류의 시대정신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한류의 보편성과 시의성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지금’의 한류는 단순히 한국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문화 간 소통과 이해를 증진시키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금’은 단순한 순간이 아닌, 현재성, 즉시성, 시의성이 교차하는 결정적(決定的) 시공간이다. <한류나우>가 지난 13년의 성과를 밑거름 삼아 앞으로도 한류의 ‘지금’을 읽어내고 이를 기록하고 담론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진흥원은 단순히 한류의 ‘지금’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화는 유일한 불변"이라고 말했다. 한류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정체될 수 없다. AI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초래되는 새로운 기술 환경은 한류에 기회와 도전 과제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류가 ‘K-콘텐츠’를 넘어 ‘K-컬처’, ‘K-라이프스타일’로 외연을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혁신과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의 물결을 예측하고 한류가 ‘지금’을 넘어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형 속에서 진흥원이 그 역할과 가치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기를 응원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4). <한류NOW>로 살펴본 한류 지형도. 《AI 기반 빅데이터 한류 대시보드》. https://www.kwavebigdata.kr/aboutUs.html
사이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 조사연구자료 https://kofice.or.kr/b20industry/b20_industry_00_list.asp?mnu_sub=20100
<한류NOW>의 176개 원고(2017-2023) 텍스트를 통해 아래와 같은 키워드 의미망 또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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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NOW>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키워드는 ‘콘텐츠’다. 콘텐츠가 ‘기획’, ‘제작’되고, ‘유통’되면서 ‘확장’하는 흐름을 조망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내포하는 ‘가능성’을 포착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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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의 유입을 전후로 확대된 ‘플랫폼’ 관련 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이 ‘스트리밍’, ‘넷플릭스’와 함께 ‘플랫폼’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부각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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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케이팝 담론에서는 ‘아이돌’의 ‘글로벌’ ‘진출’과 ‘연습생’의 ‘감정노동’과 같은 산업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포괄하는 복합적인 키워드가 드러난다. 이는 케이팝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산업 이면에 숨겨져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참고해야 하는 이슈를 동시에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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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한류’보다는 ‘한국’이라는 키워드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선적인 흐름을 강조하는 ‘한류’보다는 국적을 강조하는 ‘한국’ 콘텐츠가 ‘중국’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수용 지형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다 복합적으로 살펴보려는 기획 의도를 보여준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4). AI 기반 한류 빅데이터대시보드 https://www.kwavebigdata.kr/aboutU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