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시장 트렌드|Trend 1

유튜브 빅데이터로 살펴본 케이팝 성장세
양효욱 유튜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소셜러스’ 대표
몇 년 동안 이어진 케이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형국이다. 미국에서 김밥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K-푸드도 한류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역시 한류의 핵심은 케이팝과 K-콘텐츠가 아직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듯하다. 여론에서는 앞다투어 해외에 부는 한류 이야기로 가득한데, 과연 멀리 바다 건너 해외에서는 어떻게 한류를 접하고 있을까? 이제 더 이상 카세트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아니고, TV를 통해 한류를 접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단언컨대 한류 전파의 중심에는 유튜브와 OTT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혹은 손안의 작은 모바일로도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케이팝을 마음껏 듣고, 춤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유튜브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영화와 같은 K-콘텐츠가 OTT를 통해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다면, 케이팝은 유튜브가 그 중심에 있다. 그러므로 한국 케이팝 주요 유튜브 채널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연 전 세계인이 얼마나 케이팝을 즐기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유튜브 글로벌 현황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유튜브는 지금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세상이 멈췄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더 큰 폭으로 성장했으며 2023년 12월 기준 전 세계 인구의 31.4%에 해당하는 25.3억 명이 유튜브를 하루 평균 2시간 가까이 시청하고 있다. 기존의 텔레비전, 휴대용 음악 기기에서 유튜브나 OTT로 시장이 완전히 넘어간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글로벌 SNS 이용자 비율 (데이터 출처: 스태티스타(Statista.com), *그래프 자료는 소셜러스에서 재가공)
2. 한국 유튜브 현황
한국은 유튜브 천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 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에 벌써 전체 인구의 83%인 4,565만 명이 하루 평균 1시간 가까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다(홍국기, 2024. 2. 3). 한국 유튜브의 성장세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2022년 한국 유튜브 누적 구독자는 2021년 36.5억에서 26% 성장한 46억을 기록했다. 누적 조회수 또한 21년 1조 5,103억 대비 27% 성장한 1조 9,247억을 기록해, 전체적으로는 26.5% 성장했다. 매년 구독자와 조회수 전체 규모가 커짐에 따라 성장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거의 전 국민이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점유율은 높게, 성장률은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소셜러스, 2023).
2022년 국내 주요 채널들의 분포는 2021년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게임, 음악/댄스, 라이프스타일의 채널 수가 타 카테고리에 비해 많고, 2021년부터 교육/강의, 경제/금융/재테크 카테고리의 채널 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우리는 케이팝 지표의 분석을 위해 음악/댄스 분야 채널들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3. 케이팝으로 가는 유일한 길, 유튜브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 바다 건너 멀리 해외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아이돌의 음악을 듣는 방법은 아마도 유튜브가 거의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케이팝을 듣기 위해 주로 어떤 채널을 이용하고, 그 조회수는 얼마를 기록하고 있을까? 기획사, 가수, 저작권자, 방송사 등 음원 저작권과 채널의 권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금의 생태계에서 우리가 가장 궁금한 것은 케이팝의 유튜브 조회수 성장세이므로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표본 집단을 선정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단일 가수의 채널 혹은 색이 비슷한 여러 아이돌이 소속된 한국 3대 기획사를 하나의 표본 집단으로 선정했다. 물론 셀 수도 없이 많은 가수들이 해외에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가장 구독자 수가 높은 두 아이돌 그룹과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개의 기획사를 포함했다. 또 하나의 채널 그룹은 방송사 혹은 미디어로 구성했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으로 오래전부터 케이팝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KBS, MBC, SBS와 미디어 회사인 Mnet 그리고 특이하게 유튜브 초창기부터 한국의 노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서 온 원더케이(1TheK)를 표본 집단에 포함했다. 이 두 그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들의 노래 세계가 중심이 되느냐, 미디어를 송출하는 입장에서 여러 가수의 노래를 (물론 인기 있는 곡들을 우선시하겠지만) 모두 제공하느냐이다.
우선 2024년 5월 10일 현재 각 채널의 현황을 한번 살펴보자. 케이팝 관련 단일 채널로는 블랙핑크가 구독자 수 9,360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몇 년째 지키고 있다. 조회수도 356억으로 미디어 관련 채널 전체 조회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과 전 세계 인구를 생각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BTS는 구독자 7,790만 명, 조회수 227억으로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표본 집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BTS 소속사 ‘HYBE LABELS’ 채널도 구독자 7,470만 명, 조회수 337억이다. BANGTANTV(BTS 채널)와 HYBE를 합치면 1위가 될 수 있지만, 블랙핑크와 BTS의 채널이 워낙 규모가 크고 각 소속사를 대표하는 가수이기에 별도로 선정했다.) SM이나 JYP의 경우 구독자나 조회수는 앞서 말한 블랙핑크, BTS에 비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디어 쪽 채널들의 구독자 합은 7,335만 명으로 블랙핑크, BTS 단일 채널에 비해서도 적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여러 가수의 공연, 라이브 모습을 콘텐츠로 보유한 미디어 채널들이지만 단일 아이돌 브랜드에 비해 적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보여주는 부분은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아마도 팬덤의 단결력이 빛나는 지점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4. 유튜브 빅데이터로 살펴본 케이팝 성장세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한 시기, 실외 활동 제약으로 유튜브는 더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2023년부터 엔데믹, 즉 일상으로 돌아가며 성장률은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1/3, 국내 인구로는 80% 이상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으므로 당분간 성장세는 낮게나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도 케이팝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기획사‧가수 채널들의 경우, 2022년 구독자 수는 평균 14.68%, 조회수는 22.89%의 성장세를 보였다. 미디어 채널들은 이보다 다소 낮은 구독자 5.59% 성장, 조회수는 8.78% 성장세를 보였다.
2022년과 2023년 한 해에 증가한 구독자, 조회수를 추려 보면 아래 표와 같다. Mnet의 2022년 조회수가 마이너스로 집계된 이유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추측하자면 조회수 자체는 성장했지만, 유튜브의 저작권 관리 시스템으로 일부 조회수 높은 영상들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보다는 2023년 전체적으로 구독자, 조회수가 조금 낮아졌는데, 눈여겨 볼 점은 KBS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표본 집단의 9개 채널에서 증가한 구독자 3,106만 명은 한국 유튜브 전체 증가수 10억 명의 3.1%에 해당하며, 조회수는 218.45억 뷰로 1년 전체 조회수 4,144억 뷰에서 무려 5.2%를 차지하고 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단 9개의 채널이 1년간 한국 유튜브 전체 구독자 증가의 3.1%, 조회수 증가의 5.2%를 이끌어낸 것이다.
5. 결론
유튜브의 지칠 줄 모르는 성장세와 끝없는 한류의 인기를 함께 생각해보면 현재의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콘텐츠의 인기를 선도하는 OTT가 대부분 유료지만, 유튜브는 무료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는 케이팝에게 보다 쉬운 접근성을 제공하고, 다양성을 제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가수가 빌보드 혹은 일본 오리콘 차트에 오른다거나, 해외 현지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과 같은 감성적인 접근을 벗어나, 과연 전 세계가 얼마나 케이팝에 환호하는지 유튜브의 숫자로 알아보았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노래와 춤, 드라마, 영화, 음식뿐 아니라 더욱 많은 문화 요소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