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노벨상 홈페이지 https://www.nobelprize.org)
이러한 시점에 직면하여 한국문학이 그동안 어떻게 해외에 소개되었으며, 주요 성과는 무엇이었는지, 한국문학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면서, 향후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확고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한국문학번역원의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문학 해외소개의 핵심인 번역출판지원 사업은 한국문학번역원 설립으로 공적 지원체계가 마련된 이후 본격화 됐다. 1996년부터 2024년 10월말 현재까지 44개 언어권으로 2,186종의 한국문학이 해외출간 됐는데, 한강 작가 작품의 경우 지금까지 28개 언어권으로 76종 작품의 해외출간을 지원했다. 또한 해외출간된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국제문학교류행사에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고 초청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국제적인 문학교류 행사 지원은 지금까지 1,500여건이 되는데, 한강 작가의 경우 그동안 43개의 국제적인 문학행사에 초청됐다.
한국문학을 해외독자들이 읽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번역의 과정을 필히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도착어인 외국어와 출발어인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풍부한 원어민 번역가 양성이 필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이러한 전문 번약가 양성을 위해 2008년부터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번역아카데미는 현재 대학원 과정과 같은 2년제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7개 언어권(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으로 운영되는데, 매년 평균 120여명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우)의 표지
(출처 : 한국문학번역원 https://ltikorea.or.kr)
디지털 시대에 맞추어 2021년 11월부터 한국문학 해외진출 활성화 플랫폼인 KLWAVE(Korean Literature Wave)를 구축해 한국작가와 작품, 언어권별 번역가 등에 관한 정보와 함께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교류에 관한 모든 정보를 집성,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외출판사와 에이전시는 KLWAVE에서 한국문학 저작권 정보, 샘플원고, 새로운 한국문학 트렌드 등을 확인하고 저작권계약과 번역출판지원사업 신청, 국제교류공모사업 신청까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한국문학에 관심 있는 세계 독자들은 한국문학 작품, 작가정보, 출판정보, 관련리뷰 및 외신보도, 한국문학 영문 계간지 KLN(Korean Literature Now) 등 다양한 한국문학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출처 : https://kln.or.kr)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2014년부터 해외출판사가 원하는 작품을 선정하여 저작권계약을 맺은 후 지원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을 처음 시작한 첫해 지원신청 건은 13건이었는데, 2023년도에는 20배가 넘는 281건의 지원신청을 기록했다.
2020년대 이후 연평균 180종의 한국문학이 해외출간되어 양적인 성장과 함께, 해외출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 작품들이 1, 2년 안팎의 시차를 두고 국내와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서 출간되어 소개되면서, 한국문학 작품에 대한 향유가 국내 독자와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 큰 시간적 간격 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영역이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이후 세계문학에서 한국문학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되어, 해외출판사와 해외독자들의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고, 해외출판사의 번역출판 지원신청은 2024년도 10월말 현재 360여건을 넘어서고 있다. 해외출간된 한국문학작품이 양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5년간(2020~2024) 한국문학작품은 67건의 국제문학상 수상 및 입후보(19건 수상, 48건 입후보)에 올랐으며, 2022년부터 2024년 3년 연속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4년도 한해만 해도 노벨문학상을 포함하여 주요 국제문학상 수상 또는 입후보에 오른 한국문학작품은 14건이다.
이렇게 다양한 해외문학상 수상을 통해 한국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세계문학으로서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대부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수상 이전에 다양한 해외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해외문학상의 상호 영향력은 크다. 그 예로 한강 작가의 작품의 국제문학상 수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학번역은 작가가 의도하는 의미, 작가의 문체 등을 종합적으로 해외독자들에게 소통시켜 주어야 하기에 단순히 문자적으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므로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번역가는 언어의 구조, 사고의 체계나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두 언어를 1:1로 대응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원문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그 안의 의미를 추출해 도착어에서 동일한 의미를 갖는 새로운 표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에 문학번역은 방법적인 면에서 원작의 문학성, 미학적 가치전달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번역가의 주관적 개입에 근거한 창작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출처 : EPA=연합뉴스)
이러한 문학한류의 파동이 계속해서 이어져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새로운 축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도록, 한국문학번역원은 그간 추진해온 사업들을 재정비하고 확충해 더 나은 선순환적 구조로 운영해 가고자 한다.
둘째, 한국문학의 정전(Canon) 및 한국문학 비평선집 기획번역출간을 추진해 가고자 한다. 해외수요 특성에 맞추어 한국문학 작품을 시대별, 장르별로 폭넓게 소개하여 한국문학과 문화가 하나의 맥락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여러 비평가와 작가들이 한국문학 작품에 대해 분석한 비평집을 기획번역출간하여 한국문학에 대한 풍부하고 다양한 논의가 세계문학계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셋째, 한국문학에 대한 총론 및 각론에 대한 현지어 저술 지원을 신설해 한국문학에 대한 해외독자들의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한다. 한국문학의 역사적 발전과정, 주요 사조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특정 시대, 장르, 작가, 작품 등에 대한 배경지식을 제공하여 세계인의 한국문학에 대한 이를 제고시켜 나갈 것이다.
넷째,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가고자 한다. 국내외 작가가 서로 교류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가 국제적 문학축제로서 위상을 높여갈 수 있도록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고, 해외출판인 교류사업, 번역가 피칭 프로그램, 국제적 문학포럼 등과 연계를 강화해 갈 것이다.
다섯째, 체계적인 한국문학 전문 원어민 번역가 양성을 위하여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해 가고자 한다. 번역아카데미 수료생들의 우수한 번역 실력은 그간 국제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입후보에 오른 한국문학작품을 통해 입증이 되고 있으나, 번역아카데미 수료증만으로는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생활해 가는 것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학위가 필요한 경우 번역아카데미 수료 이후, 다시 국내외 대학원에 입학을 해야 하므로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발생한다.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으로 전환하여 석사학위를 부여하게 되면, 졸업생들은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로서 공신력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보다 안정적으로 한국문학 관련 전문가로,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10월 현재 국회에서 김윤덕 의원 등 10인의 의원들이 한국문학의 국제적 확산과 전문 번역인 양성을 위해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문학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여 본회의에 상정예정이다.
이외에도,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문학 디지털 플랫폼인 KLWAVE가 한국문학 번역출판과 국제교류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내용을 구성하여, 아직 한국문학 진출이 미흡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 정서와 함께 특유의 역사성, 서정성이 돋보이는 한국문학 작품들의 번역출판지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함으로써, 문학한류의 맥이 계속 이어져 가도록 배가의 노력을 해갈 것이다.